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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10.11 장기자랑의 진실
미분류 및 기타2014. 10. 11. 17:44

어느 단체든 간에 연중행사로 워크숍이든 단합대회든 다같이 모이는 행사를 하게 마련이다. 이런 행사에서 꼭 빠지지 않고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게 바로 '장기자랑'. 하지만, 장기자랑에는 항상 예외가 없이 반드시 적용되는 규칙이 있다.

1등을 하려면 철저히 망가져라!

많은 사람이 모인 단체일 수록 별의별 재능의 소유자들이 있게 마련이다. 이런 숨은 재능을 발휘할 기회가 별로 없는 단체생활 중에, 서로의 숨은 능력을 확인도 해보고, 서로서로 "아, 저 친구, 저런 면이 있었네?" 하는 것도 알게 되는 것이 바로 그 목적일 텐데, 어느 장기자랑을 막론하고 상위랭크는 예외 없이 스스로 망가지는 코믹, 엽기의 형태가 거머쥐게 된다.

왜 우리는 그런 우스꽝스럽고 엽기적인, 망가지는 모습을 보면서 더욱 희열을 느끼게 되는 걸까?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남 잘되는 꼴을 보면 배알이 뒤틀려 견디기 어려운 꼴을 보고 표현한 속담이다. 예나 지금이나 우리는 이 속담 속에서 우리 자신의 모습을 항상 재발견한다. 하다못해, 장기자랑 같은 해프닝 속에서도 우리는 뭔가 잘하고 멋있는 모습의 남을 못마땅해 하는 것이리라.

남이 뭔가를 잘 하거나 멋있는 모습을 보면서 겉으론 박수를 치고 있지만 속으론, "자식~ 좀 하네. 뭐 그렇게 잘났어?" 하고 있는 것이리라. 하지만, 우스꽝스런 분장을 하고 엽기댄스를 하며, 뭔가 모자란듯한 연기와 몸짓으로 코믹한 분위기를 자아내면, 유쾌하게 웃는다. 남이 망가지는 꼴을 보면 자기 위안의 효과가 있는 걸까?

이런 의문을 던져보는 내 자신 스스로도 딜레마에서 아마 자유스럽진 못할 것 같다. 나는 진정 뭔가 잘난 사람에게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박수를 아끼지 않을 수 있을 것인가? 혹시 그 사람에게서 뭔가 남보다 못한 구석이 혹시 뭔가가 있지 않을까 은연중에 찾고 있진 않겠는가? 다행히 일면 못난 구석을 찾게 될라치면 " 저 사람도 남보다 모자란 구석이 적어도 있긴 하는군" 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진 않을까.

혹시 장기자랑에 참여할 생각이 있다면, 그리고 상품이라도 받을 생각을 한다면 진짜 남보다 잘하거나 멋진 모습을 보이겠다는 쓸데없는 망상 따윈 집어치워라. 그리고 철저히 망가져서 영구 분장이라도 하고 엽기댄스를 추며 음치처럼 코믹 송을 불러서 대중을 웃겨라. 그리고 그들에게 안도의 한숨을 쉬게 만들라.

※ 2005년도에 타 블로그에 게시했던 내용입니다. 타 사이트 블로그 정리차 옮겨왔습니다.

Posted by nextream